[고덕역 콩나물국밥 맛집] 현대옥 – 옹골찬 한 그릇

서울 강동구의 조용한 아침. 고덕역을 지나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공기엔 막 비가 내린 듯 쿰쿰함과 맑은 기운이 동시에 감돌았다. 오늘은 그냥 꽂히는 대로 걸었다. 어쩐지 낯선 곳에서 오래된 친구 같은 메뉴를 만나고 싶었다.

2. 발견

‘현대옥.’ 이름만 들어도 전주의 장터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성준은 외관을 바라보다 무심결에 미소 지었다. 투명한 전면 유리에 길게 드리운 메뉴판, 그리고 작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입구.

“뭔가 안에 들어가 본 사람만 아는 온기가 있을 것 같아.”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오랜 친구 민재가 동행했다. 둘은 콩나물국밥에 마음을 맞추고, 서로의 꾸깃한 일상을 털어놓으려는 듯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3. 구수한 향기

문을 여는 순간, 식당 안은 바깥의 쌀쌀함과는 딴판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주방, 탁탁 소리를 내며 토렴을 하는 손길, 양철 주전자에 조심스레 담긴 육수까지.

‘마치 전주의 아침시장에 들어온 듯해…’

직원이 다가와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시죠?” 성준은 전주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두 그릇을 주저 없이 주문했다.

4. 설레는 기다림

주문 후, 가볍게 놓인 반찬 그릇들이 테이블 위에 하나둘 놓였다. 무채가 아삭아삭하게, 김치가 선연하게 색을 뽐낸다. 어느새 성준과 민재는 말이 거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국밥의 온도에 마음이 먼저 다가간 탓일까.

“은근히 배고파진다. 이 냄새 때문인가…”

밖은 아직 스산했지만, 내부의 온기는 금방이라도 배고픔을 달래줄 것 같았다. 주방에서 들려오는 작은 웅성임,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소리, 숟가락과 그릇의 미세한 마찰까지 전부 음악처럼 들렸다.

5. 첫 숟가락

마침내 국밥이 세팅됐다. 흰 뚝배기 위로 탐스럽게 얹힌 콩나물, 선홍빛으로 곱게 올린 고명, 맑으면서도 깊은 국물. 언뜻 보면 단출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콩나물에 시선이 멎는다.

‘이건 그저 음식이 아니라 위로다. 한 그릇 안에 아침의 온기를 담은 작은 우주 같다.’

성준은 조심스럽게 국물을 먼저 들이켰다. 입 안에서 퍼지는 콩나물 특유의 풋풋함과 기분 좋은 시원함. 탱글탱글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에, 고소한 육수의 깊이가 받쳐준다. “와, 이 맛… 진짜네.” 민재도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속이 가라앉고, 몸 안의 찜통 같은 스트레스가 서서히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6. 비워진 그릇

둘은 별 말 없이도 국밥을 천천히, 그러나 미련 없이 비워나갔다. 식사가 끝나고 나니 어느새 속이 든든하면서도 마음 한 켠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뭐랄까,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긴 것 같아.”

민재가 웃으며 말했다. 성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햇살이 점차 창 밖으로 들어오고, 유리창 너머의 세상도 조금은 따뜻하게 보였다.

7. 또 한 번의 약속

현대옥 앞에서 둘은 다시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마음 속엔 오늘 이 국밥 한 그릇이 깊은 울림으로 남았다.

‘언젠가 또 힘들 때, 다시 여기서 한 그릇 채워야지.’

서울 강동의 골목에서 전주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이 준 작고 묵직한 위로. 이런 순간들이 쌓여 내일도 다시 걸어갈 용기를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