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코엑스 맛집] 샤브촌by계백집 – 한여름, 샤브촌에서 만난 꽃삼합의 온기

1장 ― 뜨거운 하루의 끝에서

“오늘은 내가 쏜다. 대신 제대로 먹자. 속까지 시원하게!”

한여름 오후, 코엑스 지하까지 스며든 열기가 숨을 막혔다. 민준과 나는 각자의 지친 마음을 달래러 걸음을 재촉했다. 삼성역과 봉은사역 사이, 에어컨 바람조차 시들해진 그 순간이었다.

‘뜨근한 국물과 고기가 땡기는데…’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 즈음, 상가 사이로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샤브촌. 마치 우리를 부르는 듯한 간판이었다.

2장 ― 문턱을 넘어선 순간

“여기다. 혼잡한 코엑스 지하인데, 이 집은 뭔가 달라.”

민준이 문을 밀자, 유리문 너머로 고기와 채소의 달큰한 향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탱글탱글한 면발이 떠오르고, 보글거리는 냄비의 수증기가 온천처럼 가득했다.

‘숨어있던 맛집에서의 만남이라니.’

가슴 한편이 설레기 시작했다.

3장 ― 꽃과 삼합의 약속

실내는 소박하면서도 정갈했다. 입구에서 직원의 밝은 목소리가 파도처럼 다가왔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시원한 국물 준비되어 있습니다.”

창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넘기던 민준의 눈이 반짝였다.

“닭볶음탕 꽃삼합 샤브샤브… 그리고 소고기 샤브샤브 얼큰한 거 하나?”
“좋아, 맵고 시원하게. 오늘은 두 가지 국물로 여행해보자.”

바깥은 거대한 찜통이었지만, 이곳에선 국물의 온기가 우리를 감쌌다.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가슴이 뛰었다.

4장 ― 기다림의 시간

주문이 끝나자 작은 종지에 소스가, 유리잔에 시원한 냉수가 채워졌다. 민준이 젓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속부터 달래줘야겠어. 요즘 너무 정신없이 살았거든.”

테이블 위로 하나둘 놓이는 재료들. 푸르스름한 야채, 선홍빛 고기, 거무스름한 버섯, 탐스러운 면발. 하나씩 놓일 때마다 국물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곧 탱글탱글한 면발이 목을 타고 흘러내릴 거야.’

그런 상상에 입안에 침이 고였다.

5장 ― 첫 젓가락의 마법

불판 위로 분홍 꽃잎이 흩뿌려지듯, 고기와 닭, 갖은 채소들이 냄비를 수놓기 시작했다. 국물은 자르르 윤기를 머금고, 얼큰한 김이 피어올랐다.

“와… 이게 바로 닭볶음탕 꽃삼합 샤브샤브구나. 소고기도 한번 넣어보자.”

국물을 뜨는 순간, 야릇한 매운 향이 코끝을 스쳤다.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혀끝에 닿자, 저릿하게 퍼지는 감칠맛에 온몸이 깨어났다. 고단했던 하루가 한 순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얼큰한 소고기 샤브샤브, 이 국물에 모든 스트레스가 녹는다…”

양념의 매콤함, 야채의 아삭함, 고기의 부드러움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민준의 미소가 점점 넓어졌고, 나 역시 모르게 흡족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순간을 위해 기다려온 건가.’

6장 ―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어느새 냄비가 바닥을 드러냈다. 마지막 남은 면발조차 아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수저를 내려놓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 정말 잘 먹었다. 다음엔 어떤 국물을 만나러 올까?”

배는 따뜻하고 마음은 시원했다. 이런 게 진짜 휴식이 아닐까 싶었다.

에필로그 ― 다시 만날 약속

샤브촌 문을 나서며 투명한 창에 비친 우리 모습을 보았다. 입가에 남은 미소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샤브샤브 한 그릇에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것이 있었다. 하루의 피로와 마음의 공허까지 녹이는 따뜻한 힘이.’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찾게 되리라는, 그런 작은 기대를 품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