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대포항 가리비 맛집] 소연이네 – 여름날

1. 뜨거운 배고픔

“정말 이 더위에 또 강원도까지 올 줄은 몰랐어.”
경민이 가방끈을 옥죄며 미소를 지었다. 친구 민경과 함께 걷는 속초 대포항희망길은 여름 햇살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어제 저녁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배고픔이 찜통처럼 몰려왔다.
‘오늘은 뭘 먹어야 이 피곤함이 다 사라질까.’

2. 작은 발견

골목 끝자락, 대포항 난전먹거리시장에서 작은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소연이네’.
“민경아, 여기 사람들 좀 많이 몰려 있네.”
“응, 뭔가 맛있어 보여.”
네모난 가게 앞에 앉은 사람들 사이로 고소한 냄새와 김이 피어올랐다. 작은 포장마차가 내뿜는 특별한 활기가 시장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3. 문턱을 넘다

문을 밀고 들어가는 순간, 바닥에 흩어진 조명의 그림자와 한켠에 쌓인 가리비 껍질이 보였다. 연탄불 위에서 무언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밝은 미소의 가게 사장님이 반겼다.
“저희, 가리비구이랑 누룽지오징어순대 하나씩 주세요.”
“네, 금방 준비해드릴게요.”
진한 바다 냄새와 구운 음식의 향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여기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 같아.’

4. 달콤한 기다림

경민은 손가락을 톡톡 튕기며 바깥을 내다봤다. 시장의 소음, 구수한 연기, 그리고 주방에서 들려오는 음식 소리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민경아, 누룽지오징어순대가 어떨까?”
“건강한 음식이래. 누룽지가 들어가서 고소하다던데.”
주방에서 “지이익” 하는 가리비 소리가 들렸다.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제발 빨리… 이 냄새에 더이상 못 버티겠어.’

5. 첫 만남의 순간

먼저 나온 가리비구이. 동그란 접시 위 껍질마다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노릇하게 구운 표면에 파슬리가 듬성듬성 올려져 있었다.
“경민아, 먼저 먹어봐.”
경민이 조심스럽게 포크로 한 점을 떠서 입에 넣었다.
‘와… 탱글탱글하면서 촉촉하고, 가리비의 달큰함이 혀끝을 감싼다. 바다를 한 번에 집어넣은 것 같아.’

이어 나온 누룽지오징어순대를 민경이 한 입 베어물었다.
“바삭바삭. 오징어의 쫄깃함이랑 어우러져서 씹는 재미가 있어.”
‘이건 예상 못했던 조합이야! 누룽지의 고소한 풍미가 오징어순대의 부드러운 속살과 만나서 입 안에서 춤을 추고 있어.’

6. 만족스러운 마무리

접시는 금세 깨끗해졌다. 두 친구는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민경아, 이런 게 여행의 보람 아닐까? 이렇게 맛있는 걸 먹는 순간 말이야.”
“맞아. 또 다른 시장, 또 다른 음식도 궁금해져.”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바다와 시장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쌓였던 피곤과 스트레스가 깔끔하게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야. 오늘은 소연이네의 맛과 함께 기억에 남겠어.’

7. 또 다른 약속

든든하게 배를 채운 두 사람은 길을 나섰다.
‘언젠가 또 다시 소연이네에서, 혹은 이 대포항의 다른 골목 어딘가에서, 새로운 맛을 찾는 내가 될 거야.’
그렇게 또 하나의 맛있는 추억이 만들어졌다.